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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여행

[프랑크푸르트행 아시아나 기내식] 에 이제 3일 전에 결정해서 유럽 가게 된 인간이 비행기 안에서 하는 고독한 독백을 곁들인...

by sprezzatura 2023.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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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푸행 아샤나 탑승구 24번

 
여행이라고 다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
공포에서 도망쳐 오면 공포가 따라온다는 말이 내가 본 암스테르담 영화의 대사였다.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은 공포였던 것 같다. 
여행가를 항상 꿈꿔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현실에서 도망쳐 나온 여행은 여행이 아니었다
정말 도망이었다.
누구인지 모를 누군가에게 강렬하게 쫓기듯
나는 남들이 다 하고 싶다는 유럽여행이라는 명분으로 내 지독한 현실에서 도망쳐 나왔다. 
 

이륙하자마자 시작되는 기내식 첫 번째. 쌈밥! 생각보다 야채가 너무 실해서 기뻤다 ㅎㅎ


혼자 여행이 무서웠던 걸까
유럽이 무서웠던 걸까
휴대폰 분실이 무서웠던걸까
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지만 가장 불행하기도 했던 유럽이라 그럴까
아니면 현실에서의 도피라서 그럴까

하나의 이유가 아니고 이 모든 이유들이 복합적일 것이다. 
 

아샤나 두 번째 기내식 챠슈덮밥. 옆자리 분들은 고추장 추가해서 드셨는데 나도 그럴걸 ㅎ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저번 유럽여행에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1분 1초가 돈이 소비되는 과정인 여행에서 
내 시간을 슬픔과 불행과 우울로 채우지 말자라는 것.
최소한 벗어나려는 노력이라도 할 것,
그 감정 속에 빠져있지 말 것.
 

내리기 한 시간 전 쯤 마지막 간식. 내 입맛은 아니었던걸루


난 혼자고 스스로 선택한 일인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
내 행복에 대한 책임.
29살 6월의 나를 행복하게 할 책임. 
오롯이 나만의 몫인 일.
 

다같이 내리기 전 장시간 비행으로 인한 근육 풀기 스트레칭! 다같이 하는게 진짜 귀엽.


내 미래에 대한 고민은 하루의 마무리에서 정해진 시간만큼만 하고
유럽에 머무는 동안만큼은 나는 여행가다. 
행복을 꿈꾸고 내 삶의 의미를 찾아 떠나는 여행가.
알차든 아니든 그 시간이 모두 여행일 것이다. 
나는 할 수 있다. 넌 할 수 있다.!

2023.6.6. 화요일 아시아나 비행기 한국시간 오후 2:55. 프푸까지 남은 시간 8시간.
 

위로되는 하늘이랑 구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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