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이라고 다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
공포에서 도망쳐 오면 공포가 따라온다는 말이 내가 본 암스테르담 영화의 대사였다.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은 공포였던 것 같다.
여행가를 항상 꿈꿔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현실에서 도망쳐 나온 여행은 여행이 아니었다
정말 도망이었다.
누구인지 모를 누군가에게 강렬하게 쫓기듯
나는 남들이 다 하고 싶다는 유럽여행이라는 명분으로 내 지독한 현실에서 도망쳐 나왔다.


혼자 여행이 무서웠던 걸까
유럽이 무서웠던 걸까
휴대폰 분실이 무서웠던걸까
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지만 가장 불행하기도 했던 유럽이라 그럴까
아니면 현실에서의 도피라서 그럴까
하나의 이유가 아니고 이 모든 이유들이 복합적일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저번 유럽여행에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1분 1초가 돈이 소비되는 과정인 여행에서
내 시간을 슬픔과 불행과 우울로 채우지 말자라는 것.
최소한 벗어나려는 노력이라도 할 것,
그 감정 속에 빠져있지 말 것.

난 혼자고 스스로 선택한 일인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
내 행복에 대한 책임.
29살 6월의 나를 행복하게 할 책임.
오롯이 나만의 몫인 일.

내 미래에 대한 고민은 하루의 마무리에서 정해진 시간만큼만 하고
유럽에 머무는 동안만큼은 나는 여행가다.
행복을 꿈꾸고 내 삶의 의미를 찾아 떠나는 여행가.
알차든 아니든 그 시간이 모두 여행일 것이다.
나는 할 수 있다. 넌 할 수 있다.!
2023.6.6. 화요일 아시아나 비행기 한국시간 오후 2:55. 프푸까지 남은 시간 8시간.
